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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일기/대만(Taiwan)

#9 허우통 猴硐貓村 (Houtong) 고양이 마을

by Universe7 2020. 4. 8.

#길냥이들의 천국, 허우통

 

허우통(Houtong) 마을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해보자면, 원숭이가 많이 살고 있던 자그마한 탄광 마을이었다.

세월이 흐름에 따라 자연스레 탄광업이 쇠퇴하고 주민들이 한, 두 마리씩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해 지금의 아름다운 고양이 마을로 되었다고 한다.

 

정면에서 바라본 타이베이 메인 역의 모습
이곳을 내려가게 되면 4B플랫폼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허우통으로

 

허우통으로 가기 위해서는 메인 노선인 MRT를 타는 것이 아닌 TRA(지역노선)을 찾아가면 된다. 필자처럼 타이베이 메인 역의 정문으로 들어갔다면 한층을 내려가게 되면 4B 플랫폼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타이베이 메인 역에서는 20~40분마다 허우통으로 가는 직행열차가 있다. 핑시선으로 갈아타지 않고도 한 번에 갈 수가 있다. 전광판에는 대부분 한자로 지역명이 적혀있기에 허우통(猴硐貓村)의 이름을 알아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타이베이 메인 역에서 허우통 역까지는 1시간 정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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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물꾸물한 날씨를 뒤로 한 채로 타이베이 메인 역에 도착했다. 그러나 이내 곧 패닉에 빠졌다. 여행을 하는 내내 든든한 길잡이가 되어주었던 구글 맵이 역내에서는 쓸 수가 없었다. 심지어 데이터도 잘 터지지 않았다. 낯선 곳에서 길을 잃는다는 것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큰 공포에 빠질 수가 있음을 경험했다. 평소였으면 차분히 행동할 수 있었을 텐데 그날따라 왜인지 발만 동동 구르고 멘탈붕괴에 빠졌다.

타이베이 메인역은 생각보다 넓고 복잡했다. 심지어 간판이 대부분 한자로 되어있었고, 버스,지하철, 기차, 택시 등 거의 모든 종류의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었기에 혼란을 가중시켰다. 10분쯤 흘렀을까. 정신을 다잡고 Information center를 찾았다. 짧은 영어로 허우통으로 가고 싶은데 어디로 가면 될까요?”라며?” 안내원에게 물어봤다. 하지만 이해가 되지 않는지 동료들과 몇 마디를 나누었다. 재차 반복해서 물어보니 한 층 내려가서 4B 플랫폼에 가면 탈 수 있을 것이다”라는” 답변을 얻었다. 잊어버리지 않게 메모를 해두고 발걸음을 옮겼다.

 

그냥 무작정 내려가서 4B를 찾으려니 실컷 헤매었다. 플랫폼이 생각보다 많다. 길을 잘못들어서 인지 당황해서 인지 꽤나 오래 시간을 서성였다. 지하철 역무원을 붙잡고 어디로 가면 4B플랫폼을 갈 수 있냐고 물었다. 다행히도 근처에 플랫폼이 있었고 이지카드를 찍고 안으로 들어섰다.

 

플랫폼을 벗어나 역으로 들어가게 되면 귀여운 고양이들이 마중을 나와있다. 
허우통역 앞

#마중 나온 고양이들

 

역의 입구에는 음식을 파는 가게들이 있었다. 

역의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는데 주인이 없는 것으로 보이는 큰 개가 돌아다니고 있었다. 털이 엉망이었고 야위어서 섬뜩한 느낌도 들었다. 아래로 내려갔을 때에는 뒷모습만 보였을 뿐이다.

 

여느 동물처럼 고양이를 특별하게 좋아하지는 않았다. 그저 귀엽다고 생각해 가끔 영상을 찾아보는 정도였다.

하지만 대만 여행을 가기 전 대구에서 대학 친구들과 갔던 고양이 카페는 작게나마 있었던 벽을 허물어 주었고 짧은 시간에 고양이와 무척 친해질 수 있었다.

#1 세계여행의 첫걸음, 대만 타이베이(단양-대구공항)

 

고양이 감상 시간 #1 (사진을 클릭하시면 확대됩니다.)

여유를 가지고 마을을 돌아다니다 보면 곳곳에 생각지도 못한 곳에 고양이들이 숨어있다.

풀숲에, 작은 나무 밑에, 오토바이 위까지. 의도치 않은 냥청한 행동과 모습에 뜻밖에 심쿵을 당할 때도 많았다.

 

허우통이 유명해지면서 사람손을 많이 타서인지, 다가가도 도망가지 않고 빤히 바라보는 고양이도 있었고 오든지 말든지 도도하게 무시를 하는 고양이도 있었다. 그중에는 다가오더니 쓰다듬어달라고 애교를 부리는 녀석들도 더러 있었다.

 

건너편을 보게되면 고양이들에게 줄 수 있는 츄르, 장난감도 함께 판매를 하고 있었다.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본격적으로 고양이 다리라고 불리는 곳으로 이동했다.

 

*(고양이에게 사람들이 먹는 음식이 주면 좋지 않으니 전용 먹이를 사 온 것이 아니면 이곳에서 사서 귀여운 고양이들의 건강을 지켜주자.) 

 

다리를 건너는 중에도 사료 먹는 고양이를 볼 수 있었다. 그릇을 옮기지 말아달라는 문구와 함께. 

비가 조금씩 그쳤다 내렸다 반복하면서 대만 특유의 습한 공기와 적당히 후덥지근한 날씨가 계속되어서 인지 한적한 마을을 구석구석 살펴볼 수 있었다.

허우통 마을을 다니다 보면 고양이 마을답게 고양이 관련 조형물과 기념품 가게도 찾을 수 있다. 고양이 사진이 인쇄된 두툼한 책갈피와 메모지 등 여러가지 귀여운 굿즈들이 많았다.

 

 

*허우통 마을도 주민이 사는 민가가 많기에 사진을 촬영하거나 둘러볼 때도 조심스럽게 피해를 끼치지 않도록 다녔다.

 

비로 젖어 축축한 바닥에 아무것도 깔지 않고 앉아서 고양이들과 웃으며 놀고있는 학생들을 봤다. 한 손에는 스케치북을 들고 그림을 그리고, 고양이를 무릎에 올려 쓰다듬고 있는 학생도 있었다. 정말 티 없이 맑았다. 이 장면을 본 나는 뭔가 울컥했다. 외국에 나와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해 준 모습이고 저렇게 순수할 수가 있다는 것도 놀라웠다.

 

 

#고양이들의 세계에서 취하는 휴식 

 

허우통으로 코스를 잡은 이유 중 하나인 고양이 카페, 골목에 여러 카페가 있었지만 귀여운 고양이 두 마리가 창 밖에서 보여 이곳에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카페 문을 밀었는데 잠겨있어서 순간 당황했으나 카페 주인이 안에서 그걸 듣고 급히 달려나오더니 미안하다며 고양이들이 자꾸 밖으로 나가려고 해서 문을 잠가놓았다고 말했다.

 

카운터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는 고양이

안에는 손님이 아무도 없어서 한적했다.

점심이 될 만한 음식을 주문하고 검은 고양이가 다가오더니 갑자기 그르릉거리며 나에게 꾹꾹이를 하기 시작했다. (아래의 인스타그램에 들어가면 영상을 확인할 수 있다.)

 

 

 

점심대신 선택한 와플과 아이스크림 (231TWD) Feat.옆에서 잠든 고양이

주문했던 음식이 나와서 무릎위에 앉아있는 고양이를 겨우 떼어내고 점심을 먹기 시작했다.

크림에 카라멜 시럽과 초코시럽, 아이스크림이 함께 나왔다.

특출 나게 맛있지는 않았지만 폭신한 와플과 달달한 아이스크림, 귀여운 고양이들, 여유로움. 모든게 완벽했다.

 

고양이 감상 시간 #2 (사진을 클릭하시면 확대됩니다.)

3가지 색을 가진 삼색고양이는 행운을 가져와 준다는 이야기가 있다.

비가 내렸다 그쳤다 제 멋대로 날씨가 좋지 않았고, 그렇다할 대단한 장소를 본 것도 아니었다. 기대한 것보다 고양이들이 엄청나게 많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생각 하더라도 난 이 마을이 좋았다. 그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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