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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일기/대만(Taiwan)

#8 지우펀 Jiufen (九份)/지우펀 가는 법/진과스/황금폭포

by Universe7 2020. 3. 4.

타이베이로 여행을 오면 많은 사람들이 지우펀을 찾는다. 일명 지옥펀이라고도 불리는 곳이다. 유명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온 배경지이기도 하고 해가 지고 날이 어두워지면 아름다운 홍등이 켜져 장관을 이루는 곳으로 유명하다.

 

 

지우펀을 가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 정도가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셔틀버스 혹은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다. 첫 번째 방법인 대중교통, 가장 편리한 방법은 지우펀까지 한 번에 갈수있는 1062번 버스를 타는 것. 1062번 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출발지인 중샤오푸싱역으로 이동을 해야 한다. (다른 곳으로 가게 되면 한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서서 가거나, 다음 버스를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버스 배차는 평균적으로 20분에 한 대 정도, 가격은 102TWD이다.  두 번째 방법은 셔틀버스나 택시투어를 이용하는 것이다. 택시투어는 지우펀 뿐만이 아니라 근처에 유명한 장소들을 원하는 사람들끼리 갈 수 있는 프라이빗한 투어이기에 가격 때는 비싼 편에 속한다. 추천하는 방법은 셔틀버스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액티비티 어플인 KLOOK, KKday를 통해서 온라인으로 바우처를 발급 받아서 이용할 수 있다. (필자는 KKday를 사용했다.)

대만을 갔을 당시에는 비수기였는데에도 불구하고 티켓을 여행이 끝나갈 즈음에 구할 수 있었다. 그 당시 17,808KRW 정도로 가격도 괜찮은 편이다. 날짜 별로 요금 변동이 존재한다. 지우펀 투어는 항상 인기가 많기에 원하는 날짜에 지우펀을 여행하고 싶다면 최소한 3~4일 전에는 예약하는 것을 적극 권장한다.

 

지우펀 셔틀버스 안-버스 보다는 벤이라고 표현하는게 맞는듯 하다.

오전부터 날씨가 어둑어둑했는데, 지우펀에 갈 시간이 다가오자 비를 흩뿌리기 시작했다. (정말 운도 없지..) 약속 장소 앞인 어느 호텔에서 기다리다 보니 한국인으로 보이는 관광객들이 같이 모여있었다. 약속시간이 다가오자, 근처에 있던 차량의 문이 열리더니 KKday라고 적힌 작은 피켓과 파일철이 된 종이를 들고 나타났다. 간단하게 이름과 발급받은 바우처를 보여주자 인원 확인을 하고 차에 올랐다.  

나를 제외하고는 세명이 같이 타게 되었는데, 아무래도 가족인 것 같았다. 기사 분이 앞자리를 타라고 배려해 주셔서 더 편하게 갈 수 있었다.  

 

  셔틀버스는 인양하이라는 바다를 스치듯이 지나갔다. 기사님이 핸드폰을 만지시더니 한국어 음성이 나왔고 국어책을 읽듯이 어색하게 발음하는 음성파일을 듣자 슬며시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비바람이 세차게 불던 때여서 제대로 보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인양하이를 지나 지우펀으로 향하는 길에 진과스, 황금폭포라고 불리는 곳에 잠시 내렸다. 우비를 기사분이 챙겨주셨으나, 입을 공간이 없어서 우산을 쓰고 밖으로 나갔다. 그러나 돌풍 수준으로 바람이 쳐, 주변에 있던 다른 관광객들의 우산도 뒤집어지고 내 우산도 한차례 뒤집어졌었다. 멀뚱멀뚱 폭포를 혼자 쳐다보고 있는 나를 보고 기사분이 다가오시더니 사진을 찍어주셨다.

 

몇 분가량 이동해서 지우펀 근처에 한 오래된 슈퍼에 도착했다. 거세진 비바람은 그칠 생각을 하지 않았고 사진을 찍기 위해 고민하면서 들고 온 필름 카메라는 결국 기사님한테 말하고 두고 내렸다. 근처에 있는 공용화장실로 들어가서 우비를 쓰고 나와 언덕길을 내려갔다. 비 오는 날이라 사람이 많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이내 잘못된 생각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사람들이 줄을 서, 언덕을 내려가면서 물 웅덩이가 많아 지우펀에 가기도 전에 신발이 흠뻑 젖었다. (사진을 찍은 줄 알았으나.. 앨범엔 아무것도 담겨있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지우펀의 거리에 도착하고 상점들이 쭉 펼쳐져 있었다.  

구름, 안개가 잔뜩 껴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이것대로 분위기가 있었다.

지우펀의 골목은 상당히 복잡한 구조로 되어있었다. 심지어 관광객들도 무척 많아서 사람들이 지나가는 방향으로 밀려가기도 했다. 트인 곳으로 가고 싶어서 한 방향을 정하고 그대로 쭉 가보니 이곳에 도착했다. 구름인지 안개인지 잔뜩 껴있어 주변 건물들이 흐리거나 보이지 않았다.   

  중심거리를 빠져나오니 사람들이 그렇게 붐비지는 않았다. 홍등이 켜지기에는 이른 시간이어서, 골목마다 조금 어두운 느낌도 있었다. 살짝 외진 곳의 골목으로 들어갔는데 이 마을에 주민들이 실제로 살고 있는 집이 있었다. 그중에는 홈스테이나 호텔 형식으로 꾸며놓은 곳도 보였다. 집 밖에 잠시 나온 주민이 나와 눈을 마주쳤는데, 손을 들면서 먼저 인사를 했고 어느 분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그 이후로 폰을 조심히 주머니에 넣고 더 안쪽으로 들어갔다.   문 듯, 피해를 주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의 여느 한 관광지처럼, 유동인구가 무척 많은 이곳에 시끌벅적 떠들며 지나다니고, 카메라를 무작정 들이미는 건 피해를 끼치는 것만 같았다. 다르게 생각해보면 이로 인해 생계를 유지하지 않느냐고 말할 수 있지만 이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골목을 둘러보고, 주요 거리로 돌아왔다. 버블티 가게가 옆에 있어서 아직 비가 많이 오긴 하지만 버블티를 그전부터 마시지 못했기에 꿋꿋이 한잔 사서 들고 나왔다. 보통 사이즈로 시킨 것 같았는데 컵을 보면 알 수 있을 듯이 들고 다니면서 마시기에는 너무 많았다.   

길을 따라 걷다보니 계단이 보여 쭉 따라서 걸어 올라갔다. 점점 더 어두워지고 홍등이 켜지기 시작했다.   

큰길을 따라 걷다가 사람들이 유독 많이 모여있는 좁은 골목길(오른쪽 사진)을 따라 들어갔다. 그곳에는 지우펀에서 가장 유명하다고 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의 배경 건물(?)이 있었다.  

계단을 내려가면서 왜 볼것도 없는 것 같은데 왜 이렇게 사람이 많은 거지?라고 생각을 했었다. 건물이 풍기는 분위기가 좋아서 어느 한 가게의 테라스에 잠시 사람들을 피해서 몇 장을 찍고 다시 올라왔다. 나중에 숙소에 가서 사진을 확인해 보니 유명한 장소였던 것이었다. 조금 아쉬웠다. 비바람과 우산을 뚫고 아래로 내려갔다면 건물의 정면을 볼 수 있었을 텐데... 하며, 지우펀을 가게 되면 이 길 아래로 내려가 보는 것을 추천하는 바이다. > 

지우펀에는 길거리음식점과 기념품점이 무척이나 많다. 유명한 땅콩아이스크림과 누가 크래커, 소지지 등 여러가지 음식이 있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자그마한 열쇠고리를 발견해 뭔가에 이끌리 듯이 한 쌍을 사들고 가게를 벗어나 앉아서 쉴 곳을 찾아 나섰다.  

 
분위기가 좋아 보이는 카페를 찾아 들어갔다. 발은 물 웅덩이에 빠지고 비를 맞으면서 걸을 때마다 물이 발에서 맴돌아 찝찝한 느낌이 들었고 우비를 썼지만 비바람이 너무 거센 나머지 바지도 많이 젖었었다. 카페에 들어가자, 종업원이 우비는 한 곳에 벗고 들어와 달라고 말했다. 우비를 벗고 들어오기 전에 봐 둔 창가 쪽에 자리가 날 때까지 내부를 구경하며 기다렸다. 동서양의 조화라고 말해야 할까. 카운터는 PUB 식으로 긴 테이블 하나에 의자가 쭉 나열되어 있었고 창가엔 밖을 볼 수 있게 유리로 뚫려있었다.

좀 쉬면서 여유롭게 거리를 둘러보고 싶어서 들어왔기에 가격이 그나마 저렴하고 맛있어 보이는 달달한 티라미슈를 시켰다. (몇 번이나 종업원 분이 이것만 시킬 거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마침내 창가에 자리가 나서 음식을 들고 이동했다.  

창가에서 바라본 골목

창가에서 바라본 모습은 생각보다 더 예뻤다. 홍등과 조명, 사람들이 흥정하는 모습, 이야기하며 사진 찍는 모습, 지나다니는 모습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 시간이 너무 좋아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거리에 사람들이 갑자기 하나둘 모이더니 순식간에 발 디딜 틈이 없어졌다. 단체로 투어를 왔는지, 앞에서 소형 마이크를 들고 오카리나를 소개하는 것 같았다. 그 가게 주인인지, 오카리나를 불기 시작했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언제나 몇 번이라도'를 연주했다. 비도 내리고 홍등과 같이 보니 색다른 느낌이었다.   

30~40분 정도 흘렀을까, 비바람도 많이 잦아들었기에 우비를 주섬주섬 챙겨서 다시 밖으로 나섰다.   

 

비가 그치고 구름이 조금 걷히고 나니 불과 한 시간 전에는 보이지 않던 건물들과 나무, 붉은색 등들이 보여 더욱더 분위기가 있었다. 지우펀을 가게 되었을 때, 혹여나 비가 온다고 아쉬워할 필요가 없다!  시간을 가지고 기다려 본다면 비바람은 그치고, 얕은 구름과 함께 베일에 싸인 듯한 느낌을 주는 신비한 분위기의 지우펀의 모습이 드러날 것이다.

 

  홍등이 있는 거리를 벗어나, 지나치면서 언뜻 본 정자를 향해 갔다. 정자에 올라서니, 지우펀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비는 완전히 그쳤고, 습한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왔다.   

모이기로 한 시간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남았었지만, 우선 벤으로 돌아갔다. 기사가 벤 앞에서 마중을 나와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다른 분들은 그전에 돌아와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왜 이제 왔냐는 눈빛을 보내는 것 같았지만 애써 무시했다. 약속시간을 넘은 것도 아니고 30분 전에 왔기에. 모두 모여 다시 타이베이로 향했다.  

 

타이베이로 돌아가면서 몇 개의 건물을 가리키며 한국어 음성을 들려주셨다. 마지막까지 정말 기분 좋게 돌아왔다. 밤이 늦었는데도 잠이 오지 않아 책을 읽다가, 간식거리를 사 돌아와서 먹고 뒤척이다 겨우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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