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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에세이

카페를 가는 이유

by Universe7 2020. 4. 14.

 

 

#모두가 '아메리카노'를 외칠 때.

 

작년에 한 카페에서 일을 한 적이 있었다. 크기는 컸지만 시골의 변두리에서 운영을 하고 있어 항상 손님이 붐비지는 않는 그런 곳이었다. 사장님이 로스팅되어 있지 않은 원두를 구매해서 직접 배합을 하고 로스팅을 하는 커피에 대해서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곳이었다. (그만큼 가격이 사악하긴 했다.) 일을 하면서 자연스레 커피를 한두 잔씩 마시게 되었고 조금 이나마 커피의 맛과 향에 대해, 나의 취향에 대해서 알게 됐다. 산미가 약한 고소한 커피.

 

어느 날 외국인 친구가 나에게 물었다. "왜 한국인들은 카페에 가면 아메리카노만 시켜?"

우리나라 사람들은 카페에 가게 되면 대부분 아메리카노를 목놓아 외친다. 나도 그들 중에 하나였다. 그렇다면 한국인이 이토록 아메리카노를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무난해서? 모두가 아메리카노를 마시니까? 혹은 가격이 가장 저렴해서?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남들이 모두 마시니까.' 이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에는 개인적인 취향이나 생각이 반영되면서 이러한 일은 줄어들었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아메리카노'를 주문한다. 난 약간의 반항심이 생겨 라떼를 마시기 시작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취향과 꼭 맞는 커피였던 것이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카페에 가서 '아메리카노 한 잔 주세요' 라고 말하지 않는다. 플랫화이트, 카페라떼가 아닌 다른 음료도 궁금한게 있으면 주문해보곤 한다.

 

더 나아가서, 당연한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것은 편안함을 가져다 준다. 하지만 새로운 것을 발견하거나 발전시키는 데에는 걸림돌이 된다. 한 번쯤은 익숙한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도전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런 사소한 변화들이 지루한 삶에 활기를 띠게 해 주고 발전할 수 있도록 말이다.

 

 

 

#오늘도 난 카페를 간다.

 

코로나 바이러스 덕에 그 전처럼 자주 가지는 못하지만 사람이 별로 없다고 생각되면 조용히 카페 문을 두드리곤 한다.

커피를 주문한 후, 카페 한켠에 노트북을 펼치고 글을 쓰기 위해 블로그를 연다. 그러다가 멍하니 카페를 바라보다 커피를 가져다주는 사장님의 인기척에 흠칫 놀라 커피를 받는다. 커피를 마시면서 주위를 한 번 둘러본다. 조용조용 이야기를 하고있는 사람들과 잔잔한 노래, 듣기 좋은 카페의 소음들이 마음을 편안하고 기분 좋게 만들어 준다. 

 

친구들이나 가족들이 왜 그렇게 카페를 가는 것을 좋아하느냐고 물으면 일일이 설명할 수 없으니 커피 마시러 간다고 대충 둘러댄 적도 많았다.

카페에는 커피나 음료를 마시러 가는 것도 있지만 공간을 빌린다는 마음으로 카페를 간다. 그렇게 되면 최악의 경우(커피, 환경)를 제외한, 카페의 커피가 별로 맛이 없어도 공간을 쓴다는 생각을 하고, 비싸다면 공간은 그만큼 넓고 아늑하다는 생각을 한다.

카페에 노트북과 책 한권을 넣어 다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간'을 이용하기 위해서. 집에서는 무엇인가에 집중을 할 수가 없는데 특히나 생산적인 일에 대해서는 최악이다. 하지만 카페에 오는 것은 주위를 환기시키고 답답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위로해준다. 집에서 읽히지 않던 책은 술술 잘 읽히고 글도 잘 써지는 느낌이 든다.

 

이 글을 쓰는 중에도 카페에서 커피를 홀짝이고 있다. 카페의 조그마한 소음을 느끼며. 카페에 가는 즐거움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이유를 설명해보고 싶고 추천 해보고 싶어 이 글을 끄적이게 됬다. 나의 일상적인 여행의 한 부분에 대해서.

 

오늘도 난 노트북과 책을 한 권을 가방에 넣고 집 밖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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